서울 시내의 뛰어난 위치로 많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기대하며, 카지노에 치우친 수익 구조 다변화를 목표로 한다. 특급 호텔이 밀집한 장충동에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한다.

한국의 카지노 업체인 파라다이스가 서울 시내 한복판인 장충동에 자신만의 플래그십 호텔을 지을 계획이다. 코로나로 미뤄졌던 이 프로젝트는 올해 상반기에 착공될 예정이며, 2028년 개관을 목표로 한다. 이 호텔은 모든 객실을 스위트룸으로 구성해 최상급 시설을 제공할 계획으로, 서울 특급 호텔이 밀집된 장충동 지역에 위치해 많은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만큼 다른 특급 호텔과의 경쟁도 예상된다. 이 호텔 건설은 파라다이스가 카지노에 치우친 현재의 수익 구조를 다양화하기 위한 시도이며, 막대한 투자와 미래의 마케팅 비용을 감안하면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카지노 업체인 파라다이스가 한국을 대표하는 5성급 호텔인 장충동 신라 호텔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파라다이스 그룹은 2028년 개관을 목표로 올해 상반기에 장충동 플래그십 호텔 건설에 착수할 예정이다. 파라다이스는 2016년 중구청으로부터 관광숙박시설 건축 승인을 받아 2018년에 착공 신고서를 제출했으며, 2020년에 착공하려 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지연되었다. 이후 기존 건물을 철거한 채 4년 동안 빈 땅으로 남아있었다. 그러나 공사 중단 이후 공사비와 인건비가 크게 상승해 기존 예산인 4천억 원이 5천억 원 이상으로 1천억 원 이상 증가했다.

그럼에도 파라다이스는 장충동 플래그십 호텔이 창업주인 전락원 전 회장의 숙원 사업이라고 주장하며 건립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파라다이스가 계획한 호텔 부지는 서울 중구 동호로 268번지로, 과거 파라다이스 복지재단이 있던 13,950㎡(4,220평) 부지이며,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 바로 앞의 역세권에 위치하고 있다. 현재는 수요가 줄었지만 전통적으로 외국인 수요가 많은 동대문까지 도보로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깝고, 외국인 관광 중심지인 명동과도 인접해 있어 관광객 수요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곳에 지하 5층부터 지상 18층까지 200개의 객실 규모의 고급 호텔을 지을 계획이다. 서울 시내에 위치한 다른 특급 호텔과 비교하면 객실 수는 절반에 불과하지만, 모든 객실을 스위트룸으로 만들어 초호화 시설로 꾸밀 예정이다. 모든 객실이 스위트룸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숙박료도 다른 특급 호텔을 웃돌릴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1박 숙박 비용을 평균 100만 원대로 예상하고 있는데, 서울의 다른 5성급 호텔 최저 숙박료가 30~50만 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2~3배 이상 비싼 가격이다. 다만 다른 5성급 호텔도 스위트룸에 100만 원 이상을 책정하고 있기 때문에, 장충동 호텔이 유독 비싼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프로젝트의 우선 협상 대상자는 ‘DL이앤씨’를 선정했다. DL이앤씨는 ‘대림산업’의 건설·플랜트 사업 부문을 분할한 회사로 국내 5대 건설업체 중 하나이다. 처음에는 ‘SK에코플랜트’와 진행하기로 했으나, 설계 변경 시 시공사를 재선정한다는 계약 조건을 문제 삼아 재입찰에 참여하지 않아 시공사가 변경되었다.

장충동 플래그십 호텔 건립은 파라다이스가 추진 중인 사업 포트폴리오 중에서도 핵심적인 중요 프로젝트로 꼽힌다. 파라다이스의 사업 구조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 부문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파라다이스의 2024년 영업이익은 전년도 1,458억 원 대비 7% 감소한 1,361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이 카지노로부터 나온다. 코로나 기간 동안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이 중단되면서 큰 어려움을 겪은 파라다이스는, 카지노에 치우친 사업 구조를 다양화하기 위해 특급 호텔이 몰려 있는 서울 한복판에 최상급 호텔을 지을 계획을 발표했다. 파라다이스 대표인 최종환은 지난해 8월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아직 서울에 최고의 호텔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럭셔리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최고의 호텔을 지을 결심을 밝혔다.

파라다이스가 장충동에 고급 호텔을 지으려는 결정으로 길 건너에 위치한 신라 호텔과의 직접적인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장충동 부지는 국내를 대표하는 특급 호텔인 신라 호텔 바로 맞은편이며,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면 앰버서더 서울 풀만 호텔과 마주하고 있다. 조금 떨어진 곳에는 남산 위에 위치한 반얀트리 호텔도 있다. 남산 일대에 특급 호텔이 대거 모여 특급 호텔 클러스터(Cluster)를 형성해 관광객 유치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지만, 그만큼 다른 호텔과의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 분명하다.

파라다이스는 신라 호텔보다 상품성이 높은 VVIP 대상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해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파라다이스는 호텔 운영 경험만이라면 신라 호텔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오랜 기간의 운영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을 운영하고 있으며, 인천 영종도의 복합 리조트 ‘파라다이스 시티’를 통해 최첨단 리조트 운영 노하우도 확보했다. 여기에 신라 호텔이 갖지 못한 카지노 운영 경험은 국내 어떤 호텔 운영자도 갖지 못한 독특한 자산이다.

그러나 건설업계에서는 호텔 공사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아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미디어데이에서 서울 최고의 호텔을 지을 야심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처음 계획보다 훨씬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미디어데이 이후 3일 동안 파라다이스의 주가는 약 10% 하락하기까지 했다.

지난해 6월 코스피에 상장된 파라다이스는 최상급 호텔 건설에 착수한 현재도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초 15,000원을 웃돌던 주가는 지난해 11월 9,000원까지 하락했으며, 현재는 10,000원대로 머물러 예전 주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준일 주가인 14,860원에 비하면 25% 이상 하락한 수치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초 리포트를 통해, 파라다이스가 막대한 호텔 투자 비용으로 인해 배당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으며 앞으로도 상승세에 접어들기 어렵다고 예측했다.

파라다이스는 대외 환경 변동에 민감한 카지노에만 의존하지 않고, 고급 호텔을 비롯한 사업 다각화를 통해 수익 구조를 다양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카지노는 여전히 중요한 현금 수익원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VIP를 대상으로 한 관광객 유치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서울 워커힐 호텔에 VIP 전용 카지노를 개설했으며, 김포공항에 파라다이스 라운지를 설치해 입국부터 출국까지 VIP를 전담하는 초호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그러나 한국 카지노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져 더욱 많은 출혈 경쟁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 문제다. 한국의 카지노 업체들은 중국인 VIP의 방문이 예전만큼 없어지면서 각국의 VIP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대량의 마케팅 비용을 지출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파라다이스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매출 1조 원을 돌파하는 쾌거를 기록했지만, 마케팅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되어 지난해 2분기 영업이익이 40% 이상 급감하기도 했다. 이는 다른 업체들도 마찬가지며, 파라다이스의 가장 큰 경쟁자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러한 맥락에서 장충동 플래그십 호텔은 파라다이스의 명운을 건 ‘승부수’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장충동 플래그십 호텔이 개관되면 파라다이스가 서울 시내에 운영하는 유일한 호텔이 될 것이며, 앞으로 예상되는 막대한 유지 비용을 감안하면 ‘고 위험, 고 수익’의 전략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모든 객실을 스위트룸으로 꾸며 내국인 수요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고, 객실 수가 적어 공실률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변동될 우려가 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인스파이어 리조트가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스파이어 리조트는 세계적인 카지노 리조트 운영 업체인 미국 ‘모히건’이 미주 대륙 외에 처음 진출한 초대형 복합 리조트로 출발했으나,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국내 최대 규모에도 불구하고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거두었고, 출범 이후 1년 동안 1,500억 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지난 달 미국의 사모펀트 ‘베인캐피탈’에게 경영권을 빼앗기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물론 인스파이어 리조트의 최신식 설비는 여전히 경쟁력을 지니고 있으며, 한국에서 가장 넓은 영업장을 갖춘 카지노도 여전히 강력한 경쟁 요소이다. 그러나 개관 1년 만에 경영권이 바뀌면서 당분간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상, 인천 영종도를 선점하고 있는 파라다이스 시티가 인천 내륙 카지노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을 독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카지노 업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가운데, 한국을 대표하는 카지노 업체인 파라다이스가 장충동 호텔을 발판으로 더욱 높이 날아올 수 있는지 주목된다.